내 구원만 챙기고 아버지 사랑은 버렸던 그날
2008-12-30 16:58
1955년 3월 어느 날,『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사 1:3) 라는 말씀을 읽고 만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를 지으신 하나님을 뵈옵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 뵙겠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나도 무리한 생각인 줄은 알았으나 그러나 제 마음은 이미 나를 모태에서 지으신 하나님을 반드시 찾아 뵙고야 말리라고 결심했습니다. 곧 하나님을 뵈올 때까지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리라 라고 말입니다.
이리하여 서울 남산에서 1955년 3월 26일 저녁부터 열흘 동안 날을 정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캄캄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여전히 캄캄할 뿐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면서 마냥 하나님을 뵈옵게 해 달라고 졸라대며 애를 썼습니다.
만일 열흘 안에 하나님이 나타나지도 않으시고 내가 죽지도 않는다면 나는 남산에 쳐있는 철조망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대로 죽어버릴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흘이 되는 날 새벽에 생각지도 못했던 지난날의 허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젖가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허물들이 생생하게 드러나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낱낱이 아뢰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나의 어깨에 나의 힘으로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큰 짐을 지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는 순간 나를 향하여 오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내짐을 내 어깨에서 벗기시고 친히 자기의 어깨에 지고 가시는 주님을 나는 확실히 보았습니다.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그대로 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도로 그전 그대로 캄캄할 뿐이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 바도 알 수 없었습니다. 마음에 심한 고통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내 인생의 모든 허물을 다 지고 가셨다면 마음이 평안해야 할 것인데 왜 이리도 답답해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으로 범한 죄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무슨 죄 무슨 죄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죄인이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고백했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바로 그때 처음과 똑같이 너무나 큰 짐을 지고 있는 나를 또 다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주님이 또 다시 오시겠지” 라고 말입니다. 역시 또 오셨습니다. 허리의 띠는 풀려 없어졌고 발에 신으셨던 신도 없이 발에서 피를 흘리시면서 내게로 향하여 묵묵히 걸어오시는 주님을 나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나는 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만일 주님이 처음같이 그대로 가시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붙들리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허사였습니다. 그냥 그대로 볼 수 밖에 어찌할 수 없는 환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님은 그냥 그대로 내 짐을 벗기셔 자기 어깨에 지시고 아무 말씀도 없이 가셨습니다. 환상은 사라지고 내 귀에는 엉엉 우는 내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이 무슨 일인가? 몸으로 지은 모든 허물, 마음으로 지은 모든 죄, 이제 남은 것이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라고 내가 나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깊이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죄인인 내가 하나님을 만나보겠다고 허망한 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서글픔이 한없이 밀려들었습니다. 그저 뜨거운 눈물만 흐를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손에 잡힐 만한 내 앞에 맑고도 청아한 청록색의 작은 환상 안에 세워져 있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 아직은 못이 박히지 않은 두 발이 겹쳐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발이셨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내 왼 손에는 대장간에서 만든 날카로운 큰 못이 쥐어져 있고 오른 손에는 큰 망치가 쥐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그때 이를 본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런데 못을 쥔 나의 왼 손이 주님의 발등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망치를 쥔 오른손이 높이 들리더니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쿵 쿵 쿵 쿵, 나는 기절했고 심장은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못 박는 망치소리가 바로 터질 듯이 뛰는 심장소리였습니다.
바로 그때 생생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야 이놈아 가룟 유다가 나를 판줄 아느냐 너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팔았지 않았느냐 이 죄는 왜 모르고 ....” 이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내 입에서는 “옳습니다. 바로 이놈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야 이놈아 유대인들과 로마 군인들이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줄 아느냐 바로 너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 나를 못 박지 않았느냐 이 죄는 모르고 ....” 이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내 입에서는 “옳습니다. 바로 이놈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끝났습니다. 허탈한 웃음이 나오고 내 입에서는 “이런 일을 진작 알려 주시지” 라는 내 말이 내 귀에 들려왔습니다. 이러한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내가 팔고 예수를 내 손으로 죽인 놈이 무슨 .... 이제 나라는 존재조차도 없어졌습니다.
바로 이때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너는 구원 얻었다” 도대체 이 무슨 말씀인가? 나는 즉시 반항했습니다. 이는 절대로 내게 하실 말씀이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제 입에서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말이 절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이것이 내 사랑이니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다시 나는 “이런 사랑도 있습니까?” 라고 반항했으나 나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그 사랑이 나를 사로잡아 끌어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내 입에서는 “잠깐만요 그러하시면 하나님 나라에서 제일 끝자리 ....” 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냐 그 자리가 네 자리니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나는 바로 내게 주신 구원을 붙들고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기뻐 뛰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내게 주신 구원만 챙겨 가지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구원을 증거하며 구원의 즐거움으로 자만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모르나 내 마음 한가운데서는 꼭 책망 받아야 할 일이 있음을 느끼며 이제까지 지내왔었습니다.
그날로부터 오십 삼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주께서 나를 향하신 책망이 무엇인지 말씀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된바『....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4-5) 라는 말씀입니다.
그날 거기서 나는 내게 주신 구원만 챙겨 넣느라고 사랑은 거기에 떨어져 잊어버린 줄도 몰랐었습니다. 이런 망령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처음 사랑이 어디서 떨어졌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로 하나님께서 “너는 구원 얻었다” 하신 그 자리요 바로 “이것이 내 사랑이니라” 하시던 그 자리였습니다.
그때는 아직도 육신에 있어 구원이 사랑보다 더 좋은 줄 알고 사랑은 팽개치고 구원만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으나 이제 육신에 있지 않고 영에 있어 보니 사랑이 없으면 구원이고 무엇이고 모두 다 헛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철없이 자기 분깃만 챙겨 아버지 집을 떠났던 탕자가 그동안 챙겨 떠났던 재산마저 다 까먹고 아버지의 처음사랑을 찾아 돌아왔습니다. 이제 하나님께 진정으로 회개합니다.
나 이제부터는 “너는 구원 얻었다” 하신 말씀은 버릴지라도 “이것이 내 사랑이니라” 하신 말씀만은 영원토록, 영원토록 챙기고 또 챙기겠습니다. 그리하여 구원의 행위로 아버지를 떠났던 탕자가 지금부터는 처음 사랑의 행위로 영원히 아버지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